2020년 11월 19일
산울과 함께한 2020년을 돌아보며…
by 혜숙 (겨리맘)
새로운 터전에서 맞이한 2020년!
지치지 않고, 더 힘내서 마음 모으고 새롭게 시작하자! 하던 때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축하하는 마음 가득했던 하윤이의 졸업식을 조심스럽게 치르고,
온 마음으로 환영하고 싶었던 준언이의 입학식이 미뤄지기도 하고…
코로나로 아쉬운 점들이 많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산울 가족들에게 쉼 이라는 선물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산울이 새터전을 만나기까지…우리 안에 피로감이 많이 쌓였을 수 있었는데,
아쉽고 서운한 마음, 힘든 마음들을 추스리고 고요히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했는데…
코로나로 멈춘 일상이, 산울 가족들에게 필요한 시간들을 갖게 해준 것 같아요.
아이들과도 오랜 시간 붙어 지내보니
아이들에게는 부모님과 지겹도록 함께 지내보는 시간이 필요했겠다 싶기도 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어린나이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고, 학교에 가고, 긴 시간 교육기관에서 지내는데,
부모님과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겠다 싶고,
늘 부모님에 대한 결핍감이 많았을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시간이었겠다 싶기도 했어요.
물론, 부모님들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ㅡ.ㅡ”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었다 싶을 때 즈음, 우리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갔어요.
학생들 모두가 등교를 해도 밀집도가 낮고,
학교 주변은 산과 들, 밭이어서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집보다 더 안전한 공간이 학교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많은 대안학교들이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고,
비대면 교육이 주는 한계와 문제점들로 어려워할 때에,
산울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세심한 살핌 속에 학교에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자연 속 작은 학교인 산울 어린이 학교는,
코로나 시대에 지향해야 할 학교의 요건들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2020년, 코로나 뿐 아니라 긴 장마와 산불과 이상 기후 등, 기후위기 시대도 직면했어요.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이제서야 지구공동체를 외치고 강조합니다.
인간 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들의 소중함,
홀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을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다른 생명들을 존중하고 생태적인 삶을 가르치는, 생태교육을
일반 제도권 교육기관에서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동생부터 최고 학년 형님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지내는 산울학교 아이들은,
다른 이를 살피고 도와야 할 때와 배려하고 기다려야 할 때, 주도해야 할 때와 양보해야 할 때를
자연스레 배우고 몸으로 익힙니다.
이미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배움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뛰어 놀고 씨앗에서 움트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절기를 따라 다양한 생명들을 만나고,
자연의 흐름을 몸으로 경험하는 산울 아이들…
지금 시대에 더더욱 소중한 배움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바이러스가 온 지구를 발칵 뒤집어 놓는 것을 보며,
작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고,
자연재해와 기후 위기를 직면하면서, 인간의 오만과 무력함을 깨닫기도 합니다.
온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길이,
인류가 나아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는 요즘,
산울의 교육철학과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참 고맙고 힘이 됩니다.
자연 속 작은 산울 어린이 학교가 지금까지 해온 걸음, 더 밝고 활기차게 해가길~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밝고 따뜻한 빛이 되어 주길~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자라가는 배움의 숲이 되길 바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