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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3일

코로나와 함께 졸업, 또 다른 입학을 앞두고 드는 엄마생각

by 수영 (은솔맘)

큰 아이가 2박 3일로 졸업여행을 떠났다가 오늘 돌아온다. 졸업식이라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상황이 조금 나아져서 졸업여행까지 다녀오게 되어 참 감사하다. 코로나로 올 해 학교에서 가는 첫 여행이기도 해서 이 녀석들!, 온 몸을 불태워서 놀다 오겠지? 출발 3일 전부터 설레하며 별렀었는데, 함께 가신 두 선생님들이 과연 몸 성히 돌아오실지..^^;;



그렇다! 졸업이다! 나에게도 그 날이 올까....? 했었는데, 그 날이 와버렸다. 초등 6년은, 특히 대안학교의 6년은 징그럽게 길다. 입학한 그 시점부터 크고 작은 갈등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당연하다. 모두의 의견이 소통되면서 학교가 운영되어야 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지점들도 많으니까.. 때로는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하기도 했고, 그러지 못해서 마음 아픈 이별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돌아보니 갈등이 꼭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닌 것 같다. 그를 통해, 많은 마음 공부가 되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하는 진지한 사람 공부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들을 지나서 비로서 마음이 평안을 얻을 때... 졸업하게 되는 건가 보다. 이건 부모들의 이야기고,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진짜 티없이, 열심히 놀고 또 놀고 배우면서 자랐다. 수리산의 넓은 품에서 자연인처럼 뛰놀고, 여름이면 앞 개울에서도 신나게 물장난하고, 텃밭 농사를 넘어 4년 전부터는 벼농사도 짓고 있다. 볍씨 소독부터, 싹틔우기, 모심기, 피사리, 벼 베기, 탈곡, 도정을 거쳐 밥상에서 내가 지은 쌀로 밥을 해 먹고, 또 내년 농사할 씨앗을 남기는 것까지 전 과정을, 그것도 친환경으로 해 볼 수 있는 초등학교가 여기 산울 말고 또 있을까? 그 과정에서 마을의 이모 삼촌들의 도움을 받고, 가르침도 받는 귀한 인적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 곳이 산울 말고도 얼마나 더 있을까? 정말 산울 학교의 교육 인프라는 대한민국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내 관점~^^) 그런 곳에서 6년을 보낸 큰 아이가 진심으로 나는 부럽다. 그리고, 이 배움을 몸으로 마음으로 꼭꼭 새기기를 소망한다.



올 해 전 세계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의 현재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유럽과 미국이 2차 팬데믹으로 떠들썩하고, 비교적 잘 관리되는 편인 우리나라도 오늘 확진자가 갑자기 200명에 가까워지면서 긴장하고 있다. 근데, 앞으로도, 심지어는 2025년까지도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리고, 올 여름 우리를 힘들게 했던 40여일의 장마.. 앞으로도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 재해들이 줄을 이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상황 속에서 미래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엄마인 나는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도 찾아보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줄 알았다. 왜냐면, 그 누구도 앞으로 어떤 큰 재앙들이 닥칠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의 행복을 놓치는 일은 앞으로 더더욱 하지 말자! 그런 관점에서, 아이들의 미래도 너무 멀리 보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의 아이가 최대한 행복하게~! 그리고, 기본적인 것에 더욱 충실하기로 했다.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생활 환경으로 아이들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실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면서! 그러니까,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쭉 해 나 갈거다. 큰 아이는 산울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은 중등을 선택해서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열심히 뛰어놀고, 삶에 필요한 기술들과 더불어 깊이 있는 배움도 하고... 요즘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한다는, 미래에 내가 뭘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커 나갔으면 좋겠다. 작은 아이 역시 내후년에 산울에 보낼 생각이다. 코로나 시대에 ‘작은 학교’가 답이라는 사실은 공교육 일선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기 산울은 작기에 더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처럼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은 소수이기에 모여서 배움을 지속할 수 있었고, 바깥에서 하는 배움들도 많았기에 영향을 덜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니, 코로나 시대엔 더더욱 산울이다.